犧:희생 희. 牲:희생 생.
천지(天地), 종묘(宗廟) 제사 때 바치는 동물. '희'는
색이 순수한 것, '생'은 점을 쳐서 길(吉)을 얻었는데, 아직 죽이지 않은 것.
희생(犧牲)이란 짐승을 한 마리 통째
제물로 쓰는 것 또는 제물로 쓰는 그 짐승을 말하며, 영어 sacrifice는 '신성하게
하는 것'을 뜻하는 라틴어 'sacrificium'에서 유래하였다. 희생제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
하늘의 분노, 즉 자연의 급작 스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물에 원시시대부터
있어 왔다. 원시인들은 자연의 모든 물질을 하늘이 소유하고 있으며, 그 소유물의
일종인 짐승을 인간이 마음대로 포획하면 하늘이 분노한다고 믿었다. 인간이
사육하는 가축도 하늘의 것이지만 생존을 위해 부득이 잡아 먹어야 하므로 하늘의
이해를 구해야하며, 그 방법으로 가장 큰 짐승을 잡아서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치르게
되었다. 희생제의에 있어서 축성된 제물의 생명은 사람과 신 사이의
유대관계를 확립해주는 거룩한 효력으로서 작용하며, 생명은 희생제의를 통해 본래의
신적인 근원으로 돌아가 그 근원의 능력(생명)을 되살린다. 그러므로 로마시대의
제사자는 "이 제물을 먹고 증대하옵소서"라고 말했다. 그러나 고대 올림픽
때 희생 제의를 치른후 참가자 전원이 희생제물을 나눠먹으며 즐거워한 풍속이나,
조선시대 때 선농단에서 제사 지낸 후 그 고기로 국(설렁탕의 유래)을 만들어
나누어 먹은 사례에서 알수 있듯, 희생 제의는 점차 축제 또는 잔치화하기에
이르렀다.
돼지가 굿이나 제사에 쓰이는 데는 전해 내려오는 무속 신화에 그 배경을
두고 있다. 옛날 하늘 세계의 옥황상제 밑에 업장군과 복장군이 있었다. 두 장군은
서로 시기하는 사이로, 상제는 그들의 시기 싸움을 싫어하였다. 그래서 두 사람에게
탑을 쌓게 하여 그들중 먼저 탑을 쌓은 사람을 가까이 하겠다고 선언했는데, 업장군이
잔꾀를 부려 복장군에게 이겼다. 상제가 업장군을 가까이 하기로 하였으나 곧 업장군이
잔꾀를 부린 것이 탄로났다. 상제는 복장군을 돼지로 환생하게 하여 네 발
달린 짐승이나 사람들이 상제께 소원을 빌 때 중개 역할을 할
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. 이때부터 돼지가 제사에 쓰이게 되었다는
것이다. 돼지가 자주 소원의 사자로 등장한 실제적 이유는 소와는 달리 비교적 서민들도
구할 수 있는 짐승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. 쇠머리를 공물로 바치려면 소 한마리를
통째로 잡아야 하는데, 옛날과 같이 소가 귀한 시기에 그것을 구하여 공물로
쓰기는 매우 어려웠다. 따라서 그보다는 구하기가 쉬운 돼지머리를 자주 쓰게 되었던
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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